대한난민 정착기,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전 세계적으로 난민은 1억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이들은 7만여 명. 그 가운데서도 단 1.5%인 1194명 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다보니 보통 사람들이 평소에 난민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쩌다 주변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이 난민인지, 이주 노동자인지, 귀화한 한국인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취재팀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대한난민의 삶을 조명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7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난민과 한국인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서로에 관해 전혀 모른 채 처음 마주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프레디 프레디
(난민 활동가 • 콩고민주공화국)
프레디 (난민 활동가
• 콩고민주공화국)
루렌도 강도나
(주부 • 방글라데시 줌머인)
강도나 (주부 •
방글라데시 줌머인)
저스틴 김민혁
(대학생 • 이란)
루카야 박선유
(회사원 • 대한민국)
강도나 문진우
(취업준비생 • 대한민국)
문진우 (취업준비생
• 대한민국)
노라이 최윤정
(주부 • 대한민국)

우리는 난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취재팀은 한국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난민에 관한 편견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이라는 이름의 퀴즈를 준비했다. 한국 참가자들에게 난민 참가자 각각을 설명하는 세 가지 사실을 보여주고,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를 물었다. 한국 참가자들은 각자 혹은 서로 논의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프레디의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판넬을 들고 있는 프레디
프레디저는 이곳이 북한인 줄 알고 왔습니다.

박선유 박선유거짓이라 생각해요. 난민 신청을 하고 오신 건데 북한으로 가고 싶어 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문진우 문진우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은 남한과 북한을 잘 구분 못 하더라고요.

최윤정 최윤정 거짓이요. 이제 대한민국이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하고요.

프레디저는 분쟁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최윤정 최윤정다니지 못하셨을 것 같아요. 전쟁이 많은 지역에선 교육이나 다른 여러 조건이 너무 낙후돼 있으니까요.

문진우 문진우프레디님이 한국어도 영어도 굉장히 잘하시는 걸 보면, 저는 거짓이라 생각합니다.

박선유 박선유저도 거짓이요. 내전이 장기화하면 그 안에서도 삶은 계속 이어지잖아요. 학교든 병원이든 조건은 좋지 않았겠지만, 운영은 됐을 거라는 생각에 학교를 다니셨을 거라 믿습니다.

프레디저는 코로나19 때 K 방역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일동 일동진실이요. 코로나19 시국 때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방역에 기여를 했기에 프레디님도 그러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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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의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 저는 이곳이 북한인 줄 알고 왔습니다.
  • 저는 분쟁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 저는 코로나19때 K-방역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한국 참가자들의 답을 흥미롭게 들은 프레디가 입을 열었다. 프레디는 이곳이 북한인 줄 알고 왔다. 고국에선 대학까지 나왔고, 코로나19 초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경기도 안산의 코로나19 검진기관에서 안내를 맡았다.

“콩고에선 남한 사람보다 북한 사람을 더 많이 압니다. 북한 군인들 많이 봤거든요. 남한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지만 북한은 독재 정권이고 자유가 없다는 얘길 자주 접했어요. 저는 극적으로 탈출하느라 비행기 안에서 제가 한국으로 간다는 걸 알게 됐는데, 한국이라고 하니 당연히 북한인 줄 알았습니다. 공항에 내려서야 남한에 왔다는 걸 알게 됐고요.”

프레디는 “대학생 때 시위를 많이 했다”고 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자원을 둘러싼 오랜 내전에 더해 독재 정권과 반대파의 정치 싸움으로 혼란이 가중됐다. 1980년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던 것처럼 프레디도 불의에 맞섰다.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코로나19 검진하는 데서 일했어요. 외국인은 물론 해외에서 입국하는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pcr 검사 절차를 알려주고 격리 시설을 안내하는 일을 맡았어요. 한국 사람들이 방역 기관에서 일을 안 하려고 해서 인력이 많이 모자랐대요. 그때 외국인들 많이 고용했고 저도 그중 한 명이었죠.”

강도나의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판넬을 들고 있는 강도나
강도나저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박선유 박선유거짓이 아닐까요. 경제적 목적으로는 난민 신청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문진우 문진우진실이요. 살려고 오는 건데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최윤정 최윤정방글라데시에서 오셨잖아요. 음…. 저도 경제적 이유 같아요. 진실이요.

강도나저는 간호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일동 일동진실이요. 왠지 자격이 필요한 일을 하셨을 것 같아요. 간호사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강도나저는 난민이 아닙니다.

일동 일동난민의 정의를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 오래 사셨으니 이제 더이상 난민은 아니실 것 같습니다. 진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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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나의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 저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 저는 간호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 저는 난민이 아닙니다.

강도나는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선 간호사로 일했고, 난민으로 왔지만 이제는 귀화한 한국 사람이다.

“안전하게 살려고 한국에 왔습니다. 저는 간호사여서 월급은 어느 정도 받았어요.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살았습니다. 집도 있었고 생활하는 덴 전혀 불편함이 없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한국에 왔어요.”

당연히 돈 때문에 한국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한국 참가자들 얼굴엔 난처함이 가득했다. 강도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고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꿨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외국인 지원센터에서 통역관으로도 일했고 귀화에도 성공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사람들은 저를 한국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여기서도 간호사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속상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강도나는 여전히 외국인이자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난민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닐 터다. 게다가 난민 대부분은 본국에서 하던 일을 이어갈 수가 없다. 전문직일수록 경력을 살리기 힘들다. 위기상황에서 탈출해 온 난민에게 한국 정부는 본국에서의 경력을 입증할 만한 서류와 자료를 요구한다. 강도나는 “뭘 챙겨 올 상황이 아닌 데다, 절차가 너무나 복잡하다”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혁의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판넬을 들고 있는 김민혁
김민혁저는 돼지고기를 좋아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란에서 왔고 이란은 이슬람 국가입니다.

문진우 문진우진실이라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외국인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걸 봤는데 이슬람 종교를 가진 친구가 돼지고기를 한 번 맛보더니 엄청 좋아하는 영상을 봤거든요. 왠지 민혁님도 돼지고기를 좋아할 것 같아요.

최윤정 최윤정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진실이요. 좋아하지만 안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박선유 박선유거짓이요. 가족과 함께 탈출해 한국에 난민으로 오셨다면, 가족들이 이슬람의 가치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오래 생활을 해도 종교적 부분은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혁저는 이주민 전형으로 대학을 입학했습니다.

일동 일동거짓이요. 이주민 전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으니 공부해서 입학했을 것 같고요.

김민혁저는 공무원이 될 수 없습니다.

최윤정 최윤정거짓이요.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대한민국 사람이지 않나요. 그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테 고요.

박선유 박선유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진실이요. 난민 인정받는 것과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하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문진우 문진우 저도 선유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진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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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의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 저는 돼지고기를 좋아합니다.
  • 저는 ‘이주민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 저는 공무원이 될 수 없습니다.

김민혁은 가톨릭 신자라고 했다. 이란에서 왔으니 당연히 이슬람 신자일 것이라 생각했던 한국 참가자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김민혁은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여느 한국 학생들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다.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만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이란에 있을 때부터 이슬람을 거부했었어요. 한국에 와선 성당에 다녔고요. 이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한국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먹은 게 소세지였어요. 정말 맛있더라고요.(웃음) 이란이라는 국가가 이슬람 국가지만, 그 안에는 이슬람 신앙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그런 생각은 전혀 못 하는 것 같아요.”

김민혁은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2학번 새내기다. 김민혁은 “외국에서 살다가 온 학생을 위한 외국인 전형은 있지만, 이주민, 난민을 위한 전형은 없다”고 설명했다. “원래 법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난민은 특히 판사, 검사 같은 고위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얘길 들었다”며 “그래서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들의 한 마디

난민 참가자들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면서 한국 참가자들은 “난민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더 알고 싶어졌고,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난민 참가자들은 “외국인 특히 난민에 대한 틀에 박힌 편견은 미디어에서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난민을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똑같은 이웃으로,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fugee
박선유
박선유 “그동안 왜 난민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너무 철저하게 분리돼 있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말씀을 나눠보니 분명히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데, 분리돼 있어 만날 수가 없었던 거죠.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고 왔다는 말도 충격적이었고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편견을 하나씩 깨트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난민과 함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진우
문진우 “난민에 대해선 부정적인 뉴스만 보고 들어서 솔직히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 생각이 편협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난민도 술 좋아하는 대학생이고, 사춘기 자녀의 반항에 속상해 하는 평범한 엄마더라고요. 이런 자리가 아니었더라면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특히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 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윤정
최윤정 “돈 때문에 한국에 왔을 것 같다고 한 제 말을 다시 주워담고 싶었어요. 본국에서 누리던 모든 걸 버리고 오직 안전하게 살고 싶어서 왔다는 말씀에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한국에 정착하셨고 어떤 부분들이 힘드셨는지도 궁금했고요. 난민도 우리 사회에서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제도와 기반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프레디
프레디 “난민활동가로 강의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난민은 어떤 사람인가요?’, ‘일자리 찾으러 온 거죠?’였어요. 한국 사람들은 난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한국사람이랑 얘기를 잘 나누다가도 제가 난민이란 걸 밝히면 그 후론 대화가 끊겨요. 한국 사회는 난민을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요. 난민 신청 절차를 밟을 때 도움을 받을 곳을 몰라서 정말 고생했어요.”
강도나
강도나 “한국 사람들은 난민들이 한국에 돈 벌러만 오는 줄 아는 것 같아요.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돈 벌기는 결코 쉽지 않아요. 저는 지금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아이들은 모국어를 잘 모르니까 100% 소통이 안돼 답답해요.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는 게 가장 힘들었고요.”
김민혁
김민혁 “난민이면 가난하니까 무조건 도와줘야되는 이런 존재가 아니거든요. 난민이라고 특별한 건 없고 외국인인데 한국에서 보호를 해주는 일반인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아요. 난민에 대해선 좋은 기사는 안 나오고 난민이 일으킨 사건사고 기사나 가짜 뉴스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반드시 고쳐져야 하고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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